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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들의수다

치매일까요 정신병일까요?

나이는 70대이고 원래 성격이 이렇습니다
공주병 있고 고집이 엄청나게 세며
사람들 모아놓고 우아한 목소리로 설교하는거 좋아해요
듣는 사람은 대단하십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 정도의 반응만 가능하고
조금이라도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 내면 눈물바람에 무시당했다 감정학대당했다 난리가 납니다
자기 말은 항상 옳고 옳아야 하고 집안 사람들이 다 떠받들어줘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주변에 인색합니다
나이 많은게 죄가 아닌데 자기가 아랫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건 잘못된 악습이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어른 대접은 꼭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친동생들이 학을 떼고 상종을 안해요
감정기복 심하고 변덕도 심하고 히스테리도 심합니다

이런 분인데 근래 몇 년 동안 피해망상이 심각해졌어요
말도 이상해지고 로직이 빙빙 돈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필요한게 있으면 이거이거 좀 부탁해. 이렇게 말하면 될걸
부탁의 요지는 대화에 없고 주변사람 욕, 불평부터 시작해요
자기가 뭘 가족들에게 해주려고 애를 쓰는데 누구누구가 협조를 안해서 애를 먹고
나이 들어 이런게 서럽고 어쩌고 자식 키워 하나 소용없고 어쩌구
삼천포 한 바퀴 돈 후 대뜸 상대방 얼굴에 용건에 필요한 물건을 들이밀고 알아서 좀 해줘봐 이런 식이에요.
상대가 뭘 해달라는건지 이해가 안되어 물어보면
무시당했다고, 뭘 부탁만 하면 업신여기고 뭔 말들이 그리 많냐고 화를 냅니다

자식들이 건강 생각해서 이거저거 챙겨줘도 삐져서 자기가 필요하다고 말 안했는데 뭘 떠넘긴다며 화를 내요
건강 생각해서 운동 좀 하시라는 말에도 화를 내고
그렇다고 안챙겨주면 안챙겨준다고 서럽다고 눈물바람이죠
요즘은 없는 말도 지어내서 혼자 누구누구가 자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가슴에 그 말이 박혀 한이 되어 서럽다고 대성통곡을 합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그래요
근데 알고보면 아무도 그런 말 한 적 없고 혼자 소설을 지어내요

보청기를 난청 때문에 맞춰드린지 7년이 넘었는데
엄청 비싸고 좋은건데도 안끼고 버티시더라구요
대화가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보청기인거 같은데 절대로 안낍니다
보청기가 안맞아서 그런가 싶어 새로 해드린다고 하면 마구 화를 내요
자기가 알아서 하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대노하시는데
누가 봐도 청력이 전보다 나빠져서 상대방 말을 곡해하거든요...

오늘도 혼자서 없던 일 지어내 남편은 자기를 학대한 가해 남편으로
자식은 몽땅 패륜범으로 만들어놓고 침대에서 흑흑 흐느끼며 가슴 쥐어뜯고
몇십년 전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원망하며 팔자 기구한 비련의 여인 영화 찍고 계신데
이거 치매일까요?
아니면 정신병...?

우울증 약은 오래 전부터 드시고 계십니다만 뭔가 많이 악화되고 있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