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들의수다

제가 겪은 한국어 안 가르치는 한국 가정

아트제트 2020. 12. 27. 14:11

제가 몇년 전에 중국에서 살 때 외국에서 중국으로 이사오는 가족들에게 교차 문화(cross culture) 강의를 했었거든요.
중국으로 이사 오고나서 일주일 정도 매일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속한 곳은 싱가폴 회사였고 대부분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사오는 가족들이 많았어요.

어느 날 상사가 이메일로 미국에서 상하이로 이사 오는 가족이 있는데
한국인 가족이니까 제가 프로그램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오케이 했죠.
첫날 가서 프로그램이 진행될 곳에 좀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4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들어 오셨어요.
제가 일어나서 한국어로 인사하고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하자,
그 분이 떨떠름하게 저를 보시면서 “어머.....한국분이 오셨네...우리는 영어로 해도 되는데.....” 그러시길래 제가 “혹시 영어가 더 편하신가요? 그럼 영어로 진행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아...아니에요. 그냥 한국어로 하세요..” 이러셨어요. 그리고나서 남편분이 오셨는데 대충 인사하더니 자기 바쁘다며 일해야 한다고 하시더니 프로그램에는 전혀 참여 안 하시고 왔다갔다 하셨어요.
약간 자기처럼 중요한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에 시간을 뺏겨야 하는 게 짜증이 난 듯 보였구요. 저도 그때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었는데 반말로 질문하고 해서 저도 기분이 좀 나빴어요.
남편분이 전화 통화하는 걸 들어보니 영어에 한국인 액센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포는 아니고 나중에 이민 가신 분 같다고 생각 했구요.
프로그램 중간에 아내 분이 얘기하시길, 남편이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하고 석사 받은 후에 한국에서 직장 다니다가 나중에 외국 회사로 이직해서 미국에서 애들 키웠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큰애는 대학생이고 둘째는 고등학생인데 갑자기 중국으로 발령이 나서 둘째는 기숙사 있는 사립학교에 넣고 부부만 왔대요.
그러더니 저에 대해서 묻더라구요.
제가 남편은 미국인이고, 아이는 둘이다. 영어를 주로 하고 중국에서 살아서 중국어를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 라고 하자 저한테 “어머~ 난 우리 애들 한국어 안 가르쳤어요. 그걸 뭐하러 가르쳐. 한국 가서 살 것도 아닌데....그러다가 애들 영어에 액센트 생기면 어쩔거나. 차라리 중국어를 배우는게 낫지. 안 그래요?! 중국처럼 큰 나라 언어를 배워두면 그게 낫지, 한국처럼 쪼끄만 나라 언어 배워서 어디다 써먹겠어요~ 나중에 방학하면 중국에 오라고해서 중국어 공부 하라고 할거에요. 우리 애들은 한국어 전혀 못해. 영어하는 거 보면 완전 미국인이에요~ㅎㅎㅎㅎ”
그래서 속으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걸 또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진정 부끄럽더라고요.

강주은 보니까 그 때 그 아줌마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