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들의수다

든든한 부모..흔한 일은 아니겠죠?

아트제트 2020. 12. 12. 05:35

아빤 알콜중독 농사꾼이셨어요..
어떤 땐 보름씩 문앞에 발걸레처럼 누워 계셨죠..
글도 잊을 정도로 세상과는 멀어지고
그냥 술 마시고 농사 짓고 그게 다인 삶..

엄마는 아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삼십대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이 오신 거더라구요.
못 일어나는 날도 많고..
뼈가 아프시니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느껴졌어요.
푸근한 엄마가 아니라..

술 땜에 평생 싸우셨고
둘이 농약 먹겠다 하는 일도 수 차례..
첨엔 너무 무서웠지만
나중엔 죽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근데 부모님을 미워하진 않았어요.
천성이 착해요..
우리 가족이 모두..

저는 아침부터 싸우시는 거 말리느라 교복에 피가 묻은 채 등교해도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둑방길에서 모두 잊었어요.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재밌게 놀았어요.

그래서 대학도 가고 졸업하고 일하고 결혼해서 딸도 하나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그리고 애는 다섯 살, 전 마흔하나..
근데 애를 낳고 보니 자꾸 어린 시절 제가 떠올라요ㅠㅠ
든든한 부모란 존재가 사무치네요...

발걸레와 유리 같은 내 부모..
든든한 부모..없는 사람도 많죠?
저만 이런 거 아니죠?